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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천사랑의교회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에

2006.06.24 16:53

채윤 조회 수:1500 추천:190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에



곽병휘



네팔에서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벽돌을 찍어내는 아이들과 돌을 깨는 아이들, 아이들로부터 그렇게 번 돈을 건네 받은 어머니의 눈물, 파키스탄에서 전쟁에 다리를 잃고 한발로 공을 차는 외다리 축구선수들, 다리 밑에서 꿀꿀이죽을 끓여먹는 소년들, 강제에 의해 마약을 받아 마시고 환각상태에 빠져 반군에 가담한 고향의 동료들을 죽이고 고향사람들이 무서워 고향에도 가지 못하여 울고있는 청소년들을 보고도, 나는 점심 때마다 민감한 혓바닥의 만족을 위해 수십 곳의 식당을 메모해 두고 돌아가며 맛있는 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주일이 되면 모범을 보이기 위해 어김없이 일찍 앞자리에 앉아 준비 기도하며 버젓이 눈감고 실로 거룩한 포즈로 예배도 드렸습니다. 어쩌다 한자리 얻게 되면, 내가 간부였을 땐 가장 활발하였다는 말을 듣기 위해 아끼지 않고 사비를 들여가며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평소에는 가담치 않고 꼭 뒤에서 지켜만 보다가 이름 하나 달아주면 비로소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다며 행사는 언제나 가시적으로 화려하고 성대하게 자주 치렀습니다. 시작과 마칠 때면 통성으로 기도하고 손들고 찬양하며, 꼭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어느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확실히 표시 나게 일하였습니다.

기왕이면 하나님도 위하고 내 자신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곳이 합리적이기에 어느 정도 내 자리에 맞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가급적이면 하나님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는 범위에서, 작은 곳은 피하고 큰 자리를 펴주는 곳에서만 일하였습니다. 나의 실력을 알아주는 곳에서는 일하다가 순교라도 할 것처럼 정말 열심히도 일하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은혜가 땀처럼 줄줄 넘쳐흐르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기에 이 교회에 뼈를 묻고 영원히 살고 싶어, 건물 부지를 매입하는 일에도 건물을 짓는 일에도 묘지를 매입하는 일에도 매끄러운 말솜씨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어느 새 나의 이름이 되어 나의 바벨을 쌓았습니다. 나그네 신분을 망각하고 본토인과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참된 신앙은 자신을 영화롭게 하려는 것과 부단히 싸우는 것임을.



너희 소유를 팔아서,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를 만들고, 하늘에다 없어지지 않는 재물을 쌓아 두어라. 거기에는 도둑이나 좀의 피해가 없다. <누가복음 12:33>



이제라도 소유한 것 없으니 짐이라도 좀 줄여 보려합니다. 나그네의 짐 보따리가 이렇게 무거우니 어찌 아까워서 쉽게 고향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평생을 가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진열장의 그릇들은 누가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좀 줄여보려 합니다. 또 입지도 않는 옷들은 좀 먹기 전에 곰팡이 설기 전에 좀 줄여보려 합니다.

냉장고가 작은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장롱이 작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입을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집이 좁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기와 가재 도구가 많은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아주 작은 일부터라도 실천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매주일 모여 예배드리는 것도 중요 하지만, 진정한 예배란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바르게 살아내는 “삶”으로 드리는 생활 예배이며, 전도란 그리스도인의 “생활” 자체인 것을 알게 하셨으니, 오늘도 나를 사랑하여 나를 위하여 돌아가신 주님을 내 모든 삶의 첫 자리에 모시기 위해, 나를 영화롭게 하는 것들과 부단히 싸워 즐겁게 이겨내게 하시고, 이웃의 작은 자에게 행하는 것이 주님께 하는 것이라 하셨으니, 작은 자를 살펴볼 수 있는 바른 눈을 주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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