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사53:1-12
제목:양처럼 침묵하신 그리스도
이사야는 그리스도가 고난을 침묵으로 견디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7절) “곤욕을 당하여”는 예수님이 당하신 육체적 고통을 의미하고, “괴로울 때”는 예수님이 당하신 내면적 고통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셨지만, 인간의 죄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대신하여 고난을 받으셔야 했기에, 그분의 신적인 능력은 인간적 연약함 뒤로 감추어져야 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연약한 한 인간으로서 우리를 대신하여 고난을 받으셔야 했다. 사실 죄가 없는 분이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낮고 천한 세상에 오신 것부터가 그분에게는 고통이고 모욕이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죄가 없는 분인데, 마치 죄인처럼 대우받으며, 멸시와 천대, 고통과 모욕과 수치를 당하면서도 그 입을 열지 않으셨다. 즉 침묵으로 고난을 견디셨다. 예수님은 대제사장 앞에서도 침묵하셨고(막14:60-61), 빌라도총독 앞에서도 침묵하셨고,(마27:11-14), 헤롯왕 앞에서도 침묵하셨다.(눅23:8-9)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밝힐수 있는 결정적인 시간에 왜 침묵하셨는가? 입을 열기만 하시면 진리를 말씀하시던 분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가?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일부러 십자가를 지시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침묵은 십자가를 피하기 위한 침묵이 아니셨다. 오히려 십자가를 지시기 위한 침묵이셨다. 왜 주님은 고난의 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풀려날수 있는 기회가 올 때마다 침묵하시면서 오히려 십자가를 지시려고 애쓰셨는가?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원하시고, 명령하신 길이었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곤욕을 당하여 괴로우실 때에도 입을 굳게 다무셨던 이유는 십자가를 지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방법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세상에 보내신 것이 세상의 권세와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고자 아니라, 죄인들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보내신 것을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 지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 하나님의 뜻을 아셨기에 죄인으로 오해받으시는 것에 분노하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조롱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들의 비난하는 말과 육신의 고통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통해 성취될 하나님의 계획에 주목하셨기에 침묵하셨다. 오히려 그 고통의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일에만 마음을 쓰셨다.(눅23:42-43) 십자가로 인해 살이 찢기고, 피가 빠져나가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자기의 고통에 마음을 쓰지 않고, 죄인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는데 마음을 쓰셨다. 십자가에 달리신 순간에도 예수님의 마음을 지배하였던 것은 자신의 고난이 아니라,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어떻게 오해받으시면서도, 고난 가운데서도 흔들림없이 침묵하시면서 고난의 길을 가실 수 있었는가?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성 때문>이다. 7절에 이사야 선지자는 십자가 지는 예수 그리스도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털깎는 자 앞에 선 어린 양”에 비유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이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주인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또한 털을 깎을 때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를 가지고 자기 몸의 털을 깎을 때도 양이 잠잠하며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자기의 털을 깎는 자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순종은 의존의 마음에서 나온다. 예수께서 고난을 침묵으로 견디며 십자가를 지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견고한 믿음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모든 고난을 견디며 이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 언제나 문제는 고난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이다. 하나님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고난은 우리 발목을 붙잡는 인생의 무덤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를 단련하여 정금같이 빛나게 하는 인생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지 못한 사람은 고난이 왔을 때, 자기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애쓴다. 내가 이런 고난을 당해야 할만큼 잘못한 것이 없음을 사람들에게 입증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른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른 사람은 고난이 있든 없든 주님만 의지한다. 고난이 있든 없든, 또는 살든지 죽든지 오직 주님을 절대의존하는 마음을 가지고, 주님 가시는 십자가의 길을 순종함으로 따라가는 성도들 되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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